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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사랑을 말하다] 우주 어딘가에 완전한 세상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통째로 사랑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세상.

by 행복을찾아@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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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했고

둘 다 강아지를 몹시 좋아했으며

서로 해를 등지고 느릿느릿

걸어가기를 좋아했다.

 

어쩌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린 참 다르게 자랐구나

서로 신기해 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은 불편한 이질감 이라기 보다는

즐거운 발견에 가까웠다.

 

그러다 어느 날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에게 말했다.

 

'다음주 쯤에 우리 집에 한번 가자.

엄마도 너 보고 싶으시대.

내 동생이 저번에 너 본거 얘기했거든

너 엄청 예쁘고 괜찮다 그랬더니

완전 궁금하신가봐 괜찮지?'

 

하지만 여자는 괜찮지 않았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느낌.

 

여자는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남자친구의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피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친구는 여자 스스로는 할 수 없었던 말들을

대신 입 밖으로 꺼내주었다.

 

그 집에서 반대할까봐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그 집이 얼마나 대단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 정도면 충분히 반듯하지 않냐고.

혹시 반대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너희 둘이 잘 해결해 나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친구의 가감 없는 위로는

오히려 현실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래 반대할 수도 있겠구나.

하긴 반대하시겠지. 그럼 어떻게 하지?'

 

여자는 점점 마음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약속을 미룰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잠을 설쳤고

편하게 타고 다니던 남자친구의 차가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져

괜히 버스를 타고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고

드라마 속 목숨을 걸고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미친 시어머니의 모습에도 괜히 눈물이 났다.

 

약속이 다음 날로 다가왔을 때

여자는 남자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운전하면서 들어. 나 쳐다보지 말고.

우리 집 형편 대충 알지? 우리 집도 아직 없어.

나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 못 했고

그리고 아마 이런 거 물어보실 것 같은데..

왜 부모님 같이 안 사시잖아.'

 

 

여자가 거기까지 말 했을 때 남자는

안전지대에 차를 세우고

여자의 손을 꼭 잡았다.

 

마구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겨우겨우 참고 있는 여자의 표정

남자는 마음이 아픈 것을 지나

차라리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가지 말자.

근데 그런 생각 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어.

나는 너 같은 애가 왜 날 만나줄까

아직도 그런 생각하거든.

내 동생도 너 만나곤 그 언니 너무 아깝다고.

난 네가 그런 생각 하는 줄은 정말..'

 

'당신과 나는 너무 다른 세상에 살아요.

나는 두려워요'

 

 

여자가 말했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당신을 찾고

신기한 것들을 보면

당신에게 사진을 찍어보내고

저녁이면 당신과 밥을 먹고

잠들기 전까지 당신과 통화를 해요.

내가 사는 세상은 당신이에요'

 

 

남자가 대답했다.

 

이 우주 어딘가에

완전한 세상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통째로 사랑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세상.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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