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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48

함께 할 수 없는 우리가 늘 함께 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 난 이렇게 늘 당신과 함께..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주중엔 서로 바빴고 토요일엔 여자에게 다른 일이 있었고 일요일엔 꼭 얼굴 보자 그렇게 내내 약속했던 두 사람. 그런데 일요일 아침 남자가 갑자기 호출을 받고 회사로 불려나갔다. "어떡하지. 오늘도 못 보겠는데." 남자의 미안한 목소리에 여자는 괜찮다고 그것보다 일요일까지 일을 하다니 피곤해서 어쩌냐고.. 그리고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즈음 남자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뭐해 안 심심해?' 여자도 빨리빨리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이제 밥 먹으려고 준비 중 엄마가 카레 만들었어' 그러면 30초 만에 남자의 답장 '그럼 나도 카레 먹어야겠다. 지금 다들 밥 시키고 있었거든. 잠깐만.' 그렇게 점심시간 내내 이어진 메시지들 맛있냐고. 맛있다고. 지금 혹시 TV보고 있냐고? 아니라고. 노래 듣고 있다고.. 2021. 1. 28.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조차도 속이지 못하는 거짓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그게 뭐야? 둘이 만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매일 통화하고, 헤어질 때 바래다주고, 그런데 사귀는 건 아니라고? 그게 뭔말이야?" 어이 없어하는 친구에게 남자는 그래도 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말한 그대로지 뭐. 이상할 것도 없어. 그냥 만나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친구는 화를 내고 싶지는 않지만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힌다는 얼굴. "아니 만날 수는 있다 쳐. 근데 네가 좋아하는걸 걔도 안다며. 네가 말했다며. 그런데도 너랑 계속 만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것도 둘이서 그러면서 사귀기 싫다는 건 또 뭐야? 진짜 이해가 안되네. 야, 내가 이상한 거냐? 너 안 힘들어?"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친구의 말에 할 말이 다 떨어지는 남자는 한참을 앉아서 술만 꾸역꾸역 마시다가. "근데 난.. 2021. 1. 28.
기다리면 안되지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잘 가라.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일주일 전 이 카페 안 창가자리에는 어두운 표정의 한 남자와 작은 등을 가진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네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좋아해준 건 고마운데.. 네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남자의 말이 다 끝나도 작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여자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남자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너랑 잘 어울리는 사람 찾아. 나이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고, 남자친구라고 남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연애는 그런 사람하고 하는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결국 여자의 작은 등이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작은 등의 여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난 매일 여기 오겠다고 매일 이 자리에 앉아만 있겠다고 아무 .. 2021. 1. 28.
꽃처럼 웃던 너와 멀미하듯 둥둥 떠다니며 걷던 그 좋았던 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비 소리가 좋기도 하고 이런 공기가 쓸쓸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거리 풍경을 구경하고 있어.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네. 껴안듯 하고 걸어가는 모습들. 하긴, 비가 오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두 개의 우산을 쓰지 않으니까. 한 쪽 어깨를 다 적시면서도 급할 것 없다는 얼굴. 같은 공기 입자로 호흡을 할 것처럼 꼭 붙어 느리게 움직이는 그 연인들을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게, 나는 내가.. 아니,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럴 수 없더라도 항상 반가워야 한다는 것. 나는 그런 걸 힘들어했었지. 숨이 막힌다고. 모든 연애가 이렇진 않은거 아니냐고. 나는 혼자 있는.. 2021. 1. 27.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너 같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오늘 날씨가 좀 그랬잖아. 텁텁하고 덥고 금방 더위가 닥칠 것 같고 맥주생각이 나서 친구들하고 저녁에 만났는데. 다들 우리 같았나. 봐 평일인데도 사람이 참 많았어. "오늘 무슨 날이야? 오늘 그냥 화요일 맞지?" 그렇게 이상해하면서 몇 군데나 돌아봤는데 가는데 마다 그렇더라. 너도 알다시피 나 시끄러운 거 싫어하니까 그때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닫았어. "야 딴 데 가자 여기 절대 안돼." 그렇게 세 번인가 네 번쯤 친구들을 끌고 돌아서는데 친구 하나가 결국 싫은 내색을 하면서 그랬어. 여기까지 왔는데 웬만하면 그냥 들어가자고. 딴 가게라고 사정이 다르겠냐고. 여기가 아니라고 저기가 답이겠냐고. 아까 갔던 데도 다 괜찮지 않았냐? 벌써 몇 번째냐고. 그러고 보니까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가 .. 2021. 1. 27.
몰랐어.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자리와 제일 친한 사람의 자리를 한 사람한테 몽땅 다 내어줬던 거.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답장하기 애매한 메시지를 받았거든. 주말에 소개로 만난 사람한테 온건데 저번에 내가 밥을 샀으니까 다음에 자기가 맛있는걸 사겠다고 뭐 그런 내용. 난 사실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없거든. 그래서 답장이 고민되더라.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뭐 그렇게 보내야 할지 아니면 '아닙니다 별말씀을 괜찮습니다.' 아니면 그런 말? 썼다 지웠다 계속 그러다가 네 생각을 해봤어. 만약에 지금 옆에 네가 있어서 내가 물어본다면 넌 뭐라고 말해줄까? 아마 넌 그러겠지. '그냥 보내지마.' '안보내면 마음에 없는 줄 알겠지.' '그리고 어차피 너 연락 안할 거잖아.' '전화 한다 그래놓고 전화 안하는 거.' '그게 제일 나쁜거야.' 이런 순간에 네 생각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런 이야기를 너한테 하고 싶다는 것도 그렇고 웃.. 2021. 1. 27.
때론 몰래 견디는 것으로 당신을 위하겠지만 혼자서는 벅찬 걱정은 미안하지만 당신과 나누겠습니다. 나의 두려움까지 함께 해주세요. 오래오래 사랑 할 수 있도록. [사랑을 말하다 中] 라디.. 오늘 처음으로 여자의 집에 인사를 다녀온 두 사람. 남자친구를 전혀 반겨주지 않았던 부모님과 그래도 끝까지 씩씩하려고 애쓴 남자친구. 온통 지친 두 사람이 집 근처 커피가게에서 말도 없이 앉아있길 십여분. 너무 속상하지만 또 너무 미안해서 울지도 못한 채 죄인처럼 앉아있는 여자의 손을 남자가 꼭 힘주어 잡습니다. 어린 시절에 어떤 어른이 나한테 넌 이 다음에도 돈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있다고 말을 했다며 한쪽 집은 가진 게 많은데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해서 그게 헤어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그렇게 말을 했다며 어린 시절에 나는 그 어른을 얼마나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까. 아주 어린 시절까지 가지 않아도 어쩌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겨우 돈 갖고 헤어지다니 그.. 2021. 1. 25.
우리는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습관이 있다. [사랑을 말하다 中]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그는 여행 가이드 북을 유용하지만 의존해서는 안되는 물건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여행 가이드 북을 라면 냄비 받침으로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부터 모든 것을 계획하는 그는 큰 가방 하나만 들면 떠나는 그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아이, 그렇게 살면 불안하지 않아? 그녀는 대답했다. "미래는 어차피 변하는거야. 계획을 세우면 뭐하니? 또 변수가 생길텐데." 그와 그녀는 인생을 맞는 태도가 하나도 비슷한 것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서로를 끌어 들이는 매력으로 작용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것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곤 했다. 어느 주말 저녁, 그가 미리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2021. 1. 21.
러브스토리,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5 ~ 16] 백수와 백조의 사랑이야기 15편 아.. 모하는 거야 빨랑 안오구. 닭도리탕 맛있게 해 놨는데... 분위기도 잡을 겸 해서 싸구려지만 포도주도 한 병 사 놨단 말이야. 어! 저기 군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오~ 폼 좀 나는데.. 잘 했냐니까... "으응.." 하고 힘 없이 대답한다. 아이... 정말 왜 그래? 멋있게 경례 한 번 붙이고, 영화처럼 모자는 나한테 씌워줄줄 알았더니. 하긴 이 인간이 그렇지 뭐... 근데 앉아서 밥 먹자니까 젓가락도 안 들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왜 그래? 뭐 기분 나쁜일 있어?" "아니. 없어" "그럼 모오오~~~~~~~" "맨날 화장실 청소만 시킨다고 툴툴 대더니 그것 땜에 삐졌구나? 암튼 쪼잔하긴..." "......" "가게 앞에서 너희 아버님 만.. 2021. 1. 5.
사랑을 말하다. "너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건 누구한테 배웠어?"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해는 이만큼이나 길어졌고 유난히 여유로운 저녁 두 사람은 천천히 걸으며 저녁 메뉴나 고민합니다. "뭐 먹지? 뭐가 맛있을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진짜 오늘은 네가 한번 골라봐 1년을 만났는데... 난 네가 골라주는 메뉴는 한 번도 못 먹어본 것 같아. 평소 메뉴 고르는 걸 수학 문제만큼 싫어하는 여자 그렇지만 남자의 말에 오늘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어 그러면 우리 거기 갈까? 왜.... 예전에 파스타 먹었던 데 이름이 블루.... 뭐 그런 거였는데 기억 안 나? 왜 내가 물 한잔 다 쏟고..." 그런데 남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 여자는 더 열심히 설명하죠 "야외에 테이블 쫙 있고 가운데 큰 나무도 있고 체크무늬 테이블보 깔려있고..." 그.. 2021. 1. 3.
우리에게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랑을 말하다 中]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우리에게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녀는 영문으로 이렇게 쓰여 있는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회사 근처에 있는 대형 문구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이미 수백 번은 본 상품들을 구경하고 그중에서 볼펜, 연필, 지우개, 편지봉투, 이런 작은 것들을 하나씩 사서 집에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매장 한구석에 놓인 그 카드를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그 문구를 보고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집에 돌아와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미 한가득 그녀의 문구수집품들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그 카드를 그 안에 넣으면서 가방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부재중 전화 3통이 표시되어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전화가 온 것, 그에게 전화가 온 것 모두가.. 그녀가 .. 2020. 12. 31.
사랑에는 무수한 정의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헌신이다. 사랑은 상대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혹은 미리 해주는 것이다. 전화를 걸었더니 한참 후에 그녀가 받았다. 그리고 몇 마디 못 잇더니 엉엉 우는 것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 물어보는 것조차 미안했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울던 그것은 항상 같다. 외로움 때문이다. "아냐. 머리끈이 없어져서 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난 그녀의 집에 가서 같이 머리끈을 찾았다. 용케도 그것은 멀리 가지 않고 침대와 벽 사이 좁은 틈에 끼어있었다. 그녀는 어린아이 같다.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자주 엉엉 울어버린다. 우리가 만난 건 서로에게 행운이다. 난 돌봐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니깐.. 한 번은 그녀가 길을 잃어버렸다고 전화가 왔다. 그곳은 대전이었는데 나도 전혀 알 수 없는 길이었다. 난 그녀에게 택시를 타고 무조건 터미널로 가라고 했고, 그녀를 찾아서 ..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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