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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71

네가 참 보고 싶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술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온 남자는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눈을 감습니다. 그러길 10분쯤 남자는 어떤 생각 끝에 벌떡 몸을 일으켜 코트 주머니 속에 있던 전화기를 꺼내듭니다. 금방이라도 어디로 전화를 걸 것 같던 남자는 하지만 또 어떤 생각에 멈칫 동작을 멈춥니다. 그렇게 정지된 화면처럼 전화기를 손에 쥔 채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때 전화벨이 울립니다. 조용한 방안에선 너무 시끄러운 그 벨소리에도 남자는 그​저 전화기만 쳐다만 봅니다. 이제 ​꽤 오랫동안 울리던 벨소리가 잦아들고 화면엔 부재중 전화표시. 남자는 다시 한참동안이나 전화기에 시선을 걸쳐두고 생각에 잠겼다가 결국 방금 걸려왔던 번호로 짧은 문자메세지 한통을 씁니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미안하다.' 전송버튼을 누르고 .. 2021. 1. 30.
너 집시들 이름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그 사람들은 저마다 이름이 세 개씩이나 있대.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너 집시들 이름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 그 사람들은 저마다 이름이 세 개씩이나 있대. 첫 번째는 우리처럼 공식적인 이름. 두 번째는 가족들끼리만 사용하는 이름. 세 번째는 비밀 이름. 집시들은 태어나면 곧바로 흐르는 물에서 세례를 받는대. 그때 엄마가 아가의 귀에 대고 귓속말로 비밀 이름을 말해준대. 비밀 이름을 짓는 건 악귀들을 속이기 위해서야. 이름을 모르면 아이를 꾀어낼 수가 없거든. 비밀 이름은 평생 부모랑 자기만 아는데, 어른이 되면 또 한 사람에게 알려줘. 바로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사람. 왜 우리가 생각할 때 집시들은 엄청 자유롭게 사랑할 것 같잖아. 근데 어떤 집시 촌에서는 자유연애가 금지돼있는 거 알아? 심지어 얼굴도 모르고 부 모가 정해주는대로 결혼하기도 한다네. 옛날의 우리나라처럼.. 2021. 1. 30.
이미 나를 좋아하고 있으니 애가 타지도 않았고 주위를 둘러보면 뭐 더 예쁜 여자들도 많았고.. 사랑을 놓치다.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당연히 그냥 장난이었다. 남자는 자주 그녀가 절대 좋아할리 없는 돌쇠 타입의 친구와 그녀를 엮어대곤 했었다. "야. 그러지 말고 만나봐. 걔 능력 있잖아. 몸도 얼마나 튼튼한데. 다리가 딴딴해." "야. 너 언제까지 남자 키 따지고 얼굴 따지고 그럴래? 이제 나이가 있는데 한 번 만나봐. 걔는 너한테 완전 마음 있더구만." "아이 왜 잘 어울리는데 내가 네 전화번호 준다 괜찮지? 어라 벌써 전송했네." 그때 그녀는 분명히 싫다고 했었다. "하지 마! 싫어! 전화번호 주면 어떡해? 그리고 내가 무슨 의자 고르니? 튼튼하고 다리 딴딴하고 작게?" "그러는 너나 반 해골 같은 여자들만 쳐다보지 말고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사람 좀 찾아봐라." 뻔히 싫다고 할 줄 알면서도 자꾸 그렇게 놀렸던 건 다른 남자를 질색하.. 2021. 1. 29.
그냥 너라서 좋은 거. 그래도 너만 좋은 거.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시작은 지난 금요일이었다. 남자의 후배가 커플이 됐다며 자기 애인을 이 두 사람에게 소개했을 때 남자는 인사치례로 하지만 약간의 진심도 섞어 그렇게 말했다. "되게 예쁘시네요, 키도 되게 크시고." 그리곤 옆에 있는 자기 여자친구를 가리키며 "전 아직도 가끔 옆에 보면 얘가 없는 것 같아 놀란다니깐요. 어찌나 키가 작은지. 에이 땅꼬마." 그리곤 또 한 번 바보같이 하하하 웃기까지. 그 순간 여자의 머리엔 뿔이 돋았다. 남자가 평소에 땅꼬마라고 부를 땐 여자도 별로 싫지 않았다. 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보호받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늘씬한 다른 여자를 앞에 세워놓고 자기를 땅꼬마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그날 이후 뿔 달린 여자는 결코 곱게 말하지 않았다. 남자가 뭐라고 말을 하기라도 하.. 2021. 1. 29.
그렇게 좋아했다면서 그럼 그 사람하고는 왜 헤어진거야?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그렇게 좋아했다면서 그럼 그 사람하고는 왜 헤어진거야?" 우리가 친구였을 때 너도 나도 누군가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래서 우리가 자주 둘이 술잔을 기울였을 때. 나는 덤덤했지만 너는 가끔 눈물을 보였을 때. 그래서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넌 그랬지. 그걸 아직도 모르겠다고 그냥 그 사람 마음이 식은 것 같았다고 그리고 너는 씩씩하려고 하면서 그랬어. "누가 그러더라.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됐을 거라고. 난 밀고 당기고 그런거 싫거든. 하지도 못해 그런 거. 좋아하면 그냥 막 좋아해 버리니까." "모르겠어. 누굴 너무 지나치게 좋아할 수도 있나?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수십 통씩 하고 하루종일 같이 있어달라고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너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지만 난.. 2021. 1. 28.
행복하다는 말 백 번 보다 더 행복한 얼굴로 커피나 한 잔 하자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말하다 中 -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어느 금요일 언제나처럼 평범한 데이트. 만나서 떡볶이를 먹고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다니고. 귀걸이를 고르고 사지는 않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케이크를 먹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헤어질 무렵. "얼른 들어가. 집에 가서 전화할게." 남자가 막 돌아서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남자를 불러 세웠다. "있잖아... 있잖아. 이번 주말에는 나 말고 그냥 친구들이랑 놀아." 남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눈썹을 찡긋 거리며 물었다. "왜? 너 무슨 약속 있어? 어디가?" 그러자 여자의 대답 "그게 아니라. 요즘 우리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했잖아. 내가 좋아하는 것만 먹고 내가 가고 싶은 데만 가고 너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데 친구들도 한참 못보고.." "그러니까 이번 주말엔 친구들 만나서 운동.. 2021. 1. 28.
함께 할 수 없는 우리가 늘 함께 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 난 이렇게 늘 당신과 함께..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주중엔 서로 바빴고 토요일엔 여자에게 다른 일이 있었고 일요일엔 꼭 얼굴 보자 그렇게 내내 약속했던 두 사람. 그런데 일요일 아침 남자가 갑자기 호출을 받고 회사로 불려나갔다. "어떡하지. 오늘도 못 보겠는데." 남자의 미안한 목소리에 여자는 괜찮다고 그것보다 일요일까지 일을 하다니 피곤해서 어쩌냐고.. 그리고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즈음 남자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뭐해 안 심심해?' 여자도 빨리빨리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이제 밥 먹으려고 준비 중 엄마가 카레 만들었어' 그러면 30초 만에 남자의 답장 '그럼 나도 카레 먹어야겠다. 지금 다들 밥 시키고 있었거든. 잠깐만.' 그렇게 점심시간 내내 이어진 메시지들 맛있냐고. 맛있다고. 지금 혹시 TV보고 있냐고? 아니라고. 노래 듣고 있다고.. 2021. 1. 28.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조차도 속이지 못하는 거짓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그게 뭐야? 둘이 만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매일 통화하고, 헤어질 때 바래다주고, 그런데 사귀는 건 아니라고? 그게 뭔말이야?" 어이 없어하는 친구에게 남자는 그래도 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말한 그대로지 뭐. 이상할 것도 없어. 그냥 만나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잖아." 친구는 화를 내고 싶지는 않지만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힌다는 얼굴. "아니 만날 수는 있다 쳐. 근데 네가 좋아하는걸 걔도 안다며. 네가 말했다며. 그런데도 너랑 계속 만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것도 둘이서 그러면서 사귀기 싫다는 건 또 뭐야? 진짜 이해가 안되네. 야, 내가 이상한 거냐? 너 안 힘들어?"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친구의 말에 할 말이 다 떨어지는 남자는 한참을 앉아서 술만 꾸역꾸역 마시다가. "근데 난.. 2021. 1. 28.
기다리면 안되지만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잘 가라.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일주일 전 이 카페 안 창가자리에는 어두운 표정의 한 남자와 작은 등을 가진 여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네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너도 알다시피 좋아해준 건 고마운데.. 네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남자의 말이 다 끝나도 작은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여자는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남자가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너랑 잘 어울리는 사람 찾아. 나이도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고, 남자친구라고 남들한테 자랑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연애는 그런 사람하고 하는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결국 여자의 작은 등이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작은 등의 여자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난 매일 여기 오겠다고 매일 이 자리에 앉아만 있겠다고 아무 .. 2021. 1. 28.
꽃처럼 웃던 너와 멀미하듯 둥둥 떠다니며 걷던 그 좋았던 봄으로부터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비 소리가 좋기도 하고 이런 공기가 쓸쓸하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를 기다리는 척 하면서 거리 풍경을 구경하고 있어. 커플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네. 껴안듯 하고 걸어가는 모습들. 하긴, 비가 오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두 개의 우산을 쓰지 않으니까. 한 쪽 어깨를 다 적시면서도 급할 것 없다는 얼굴. 같은 공기 입자로 호흡을 할 것처럼 꼭 붙어 느리게 움직이는 그 연인들을 보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어. '그러게, 나는 내가.. 아니, 나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나는 무슨 자유가 그렇게나 필요했을까?' 그럴 수 있을 때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럴 수 없더라도 항상 반가워야 한다는 것. 나는 그런 걸 힘들어했었지. 숨이 막힌다고. 모든 연애가 이렇진 않은거 아니냐고. 나는 혼자 있는.. 2021. 1. 27.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남들도 좋아해주는 기쁨. 당신에게 그런 기쁨을 주고 싶어서.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우리 다음에 또 친구들이랑 이렇게 같이 놀자 좋지? 와 진짜 기분 좋다." 남자는 신이 났다.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이뻐죽을 것 같았고, 기분이 하도 좋아서 지금 같아선 누가 한대 때리고 지나가도 그 사람의 주먹을 걱정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까 친구들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시키는 자리. 아니, 막 자랑하는 자리에서 여자 친구가 정말로 잘해주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 그것도 남자들이 우르르 앉아서는.. "어서오세요 성함이 은지, 은주, 은재? 헷갈리네요. 하도 자주 바뀌니까. 하하." 뭐 이런 싱거운 소리부터 "야 얼굴이 진짜 작다. 혹시 돌려 깎기? 양악?" 뭐 그런 짓궂은 소리를 하는데도 여자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적당히 수줍어하고 또 적당히 잘 받아 넘기며.. 2021. 1. 27.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너 같은 사람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을 말하다 中 - 라디오 푸른 밤 그리고 성시경 입니다.] 오늘 날씨가 좀 그랬잖아. 텁텁하고 덥고 금방 더위가 닥칠 것 같고 맥주생각이 나서 친구들하고 저녁에 만났는데. 다들 우리 같았나. 봐 평일인데도 사람이 참 많았어. "오늘 무슨 날이야? 오늘 그냥 화요일 맞지?" 그렇게 이상해하면서 몇 군데나 돌아봤는데 가는데 마다 그렇더라. 너도 알다시피 나 시끄러운 거 싫어하니까 그때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닫았어. "야 딴 데 가자 여기 절대 안돼." 그렇게 세 번인가 네 번쯤 친구들을 끌고 돌아서는데 친구 하나가 결국 싫은 내색을 하면서 그랬어. 여기까지 왔는데 웬만하면 그냥 들어가자고. 딴 가게라고 사정이 다르겠냐고. 여기가 아니라고 저기가 답이겠냐고. 아까 갔던 데도 다 괜찮지 않았냐? 벌써 몇 번째냐고. 그러고 보니까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별로 좋지가 ..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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